길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다보니, 아주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어.
연이어 세명의 오픈워터 다이버 교육도 있었고, 근래엔 선샤인다이브 블로그에도 글을 틈틈이 올리느라, 정작 내 블로그에는 글을 못쓰고 있었네?
게다가 변명이라면 변명인 것이, 내가 최근 한달간 묵었던 방에 책상이 없어서, 컴터를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야. 게다가, 손님들이 연이어 오셔서 교육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말이지..
그래서 간만에 포스팅 하나 간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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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외국생활하면 음식이 잘 안 맞아서 고생한다고 하는데, 나야 워낙 로컬음식을 잘 먹기 때문에, 그런 고생은 없었어. 특히 향신료 강한 음식도 잘 먹기 때문에 태국에서도 문제는 젠젠 나이데스, 네버에버, 전혀 없었지.
내가 음식을 크게 가리진 않아. (그냥 식성좋은 돼지라 그런거지 뭐..) 그래도 좀 가리는게 있다면, 비린내나는 생선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인거 정도? 아! 그리고 개고기는 절대 안 먹어.
근데, 인도네시아가 말이야. 어마무시하게 음식이 나랑 잘 맞더란 말이지. 아주 그냥 푹~ 빠졌어. 뗌뼤, 고랭안, 나시짬뿌르, 박소,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는 삼발소스!!
한국사람들은 얼큰한거 못먹으면 막 생각나잖아? 여긴 매운 음식들이 다양하게 많은데다가, 한국음식들보다 더 매워! 아주 그냥 핫해.
어느날 조한이 알록달록한 것들을 잔뜩 모아서 돌 절구와 함께 들고 나왔어. 맛있는거 해주겠다면서 말이지..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매운 거' 라는 것들은 다 들고 나왔다고 생각하면 될꺼야.
다양한 고추, 마늘, 양파같은거, 막 준비한다음에.. 이걸 절구로 빻는거야.
여기 고추는 우리나라 청양고추보다 훨 매워! 아주 조그마한데 그냥 훅 치고 들어오는 매운맛이 일품이야.
평평한 그릇같은 돌 그릇 위에 저걸 깔고, 돌 절구를 손에 쥐고 짖이기듯 빻아주는거지.
여기에 간을 좀 하고, 뭐 몇가지 가루 같은거도 넣고 하던데.. 뭘 넣었는지 나도 잘 몰라.
근데 이게 맛이 아주 기가막혀.. 느므느므 매운데, 이걸 밥이든 고랭안(두부 또는 채소를 뭉쳐 튀긴거)이든, 닭튀김이든 간에 삼발 소스 발라 먹으면 그냥 그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야..
먹자마자 훅 치고 들어오는 매운 맛에, 조한! 네가 날 죽일 생각이냐? 라는 생각이 훅~ 들었지만, 곧 모든 음식에 삼발소스 발라서 먹으면서 온몸으로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지.
정말 온몸으로 울어...
내가 이거에 중독되어서, 바로 다음 날에도 조한이랑 같이 삼발소스 만들어 먹었어.
조한이 레서피를 준비하고, 내가 빻는다. 온몸으로 열심히 빻다보면 어느새 삼발이 뿅!!!
이걸 밥에 살짝 비벼 먹어도 맛있고, 뗌뻬 튀김이나 고랭안 튀김이랑 먹어주면... 아주 그냥 꾸르맛! 존맛탱! JMT!!
이 삼발소스가 화룡점정이라면, 그외에 기본 메뉴들이 베이스로 깔려줘야 하겠지? 가장 베이스로 깔리는 것이 바로 나시 짬뿌르야. 나시가 밥이랑 뜻이고, 짬뿌르는 섞었다는 뜻이야. 밥에 여러 반찬들 그냥 올려서 섞어 먹는거지. 그냥 기본 주식이라고 보면 될 듯?
길리 트라왕안에서는 가게에서 파는 나시 짬뿌르도 있어. 그건 반찬을 자기가 이것저것 골라서 넣어서 먹을 수 있고 가격은 50,000루피아 정도야.
아니면 이미 만들어진 걸 길거리에서도 많이들 팔고 있고 있으니 그냥 사먹어도 되고.. 대신, 현지인들한테는 10,000루피아에 파는걸, 관광객이 가면 더 비싸게 팔기도 한다니, 눈치껏 잘 사먹어야 함!
그러나!!!! 선샤인다이브에 아침/점심마다 오시는 나시 아줌마가 있는데, 전기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면서 '나시~~ 고랭안~~' 하고 외치면 난 바로 50,000 루피아 지폐 한장 들고 뛰쳐나가지.
아침마다 이 아주머니의 '나시~~~' '고랭안~~~' 소리만 들으면 절로 배에서 꼬로록 소리나면서 조건반사가 온다니깐..
한국에서 살때 '택배요!~~' 소리 들었을 때 만큼이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아주머니의 '나시~~~' 소리에 튀어나가지.
보통 나시짬뿌르 1~2개를 사고 (하나에 10,000 루피아) 나머지는 고랭안과 뗌뻬 튀김을 사.
이 종이에 쌓여있는 것이 바로 나시 짬뿌르.. 저기 뒤에 비닐봉지에 담겨진 것이 고랭안과 매운 고추들..
삼각뿔 모양의 포장을 펼치면, 이렇게 밥과 함께 반찬들이 담긴 나시짬뿌르가 들어있지.
여기에 삼발도 곁들여 먹으면 아주 그냥 바구스야! (Bagus = 좋다, Good, Nice 뜻의 인도네시아 말)
이게 아주아주 기본적인 식사인데, 이 밥이면 한끼 충분하고, 10,000루피아니까 아주 저렴하지?
여기서 잠깐~ 간단한 루피아 환율 계산하는 법 알려준다. 형 많이 친절해졌다.보통 그냥 0 하나 빼라. 그럼 대략 맞아. 요즘 환율이 더 좋아져서 100루피아가 77원정도까지 떨어졌거든.
그래서 대략 0.8 곱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러면 계산하기 더 귀찮잖아.그러니까.. 그냥 0하나 빼서 계산해. 그게 젤 편해
OK?
그냥 딱히 뭐 거하게 먹고 싶지 않을때에는 그냥 나시짬뿌르 하나 사서 고랭안, 뗌뻬도 사서 같이 먹곤 해. 특히 저 고랭안 살때 주는 쪼고만 저 고추를 곁들여 먹으면 그냥 한끼 뚝딱이지!
그래그래.. 알어 알어... 그냥 주먹밥 하나 갖고 맛난다고 떠드니까 뭔가 허무하지? 걱정마 아직 다른 메뉴도 남아있다.
그거시 바로 랄라빤 이다!!!!
이거시 랄라빤이다!!!!
랄라빤 Lalapan 이란 음식은.. 본래 세트메뉴 같은거야. 1인분을 시키면 닭다리 한조각이랑 밥이랑 야채조금 (보통 양배추랑 오이) 이랑 해서 삼발소스와 함께 파는 메뉴인데, 이게 또 한국인 취저 메뉴지!
거기다가 추가로 두부 튀김과 뗌뻬 튀김을 추가해서 같이 먹으면 그냥 아주 후덜덜해... 매운 치킨과 맥주.. 딱 각 나오지?
왼쪽부터, 삼발소스 - 뗌뻬 / 두부 튀김 - 치느님!!!
그냥 이것만 먹느냐? 아냐아냐.. 그럼 앙돼.... 치느님이잖아. 치느님과 맥주는 뗼레야 뗼 수 없는 관계라구...
그럼 인도네시아의 대표 맥주 빈땅만 마셔주면 되느냐? 아냐아냐 그럼 뭔가 덜 로컬스럽잖아. 이럴때 등장하는게 브름 Brem이라구!!
브름이 뭐냐면... 인도네시아 전통 막걸리 같은 거야. 실제 맛도, 우리나라 막걸리를 잘 가라앉혀서 위에 맑은 부분만 마시는 듯한 맛과 비슷해. 또는 우리나라의 맑은 전통 곡주 느낌? 왠지 배상면주가에서 한번 마셨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브름도 종류가 다양한데, 보통은 일반 곡주처럼 약간 노르스름한 색깔을 띠는 것이 가장 많고, 약간 복분자를 넣은 듯한 색깔과 맛이 나는 브름도 있어.
빈땅 맥주와 브름을 1:1로 말아서 마셔주면 이만한게 또 없지. 후후훗!!! 그렇게 해서~~
요로케 먹어주는 거지.. 아핫핫!! 최고의 저녁상..
랄라빤을 파는 가게는 길리트라왕안의 나이트마켓이 있는 곳 바다쪽에 노점상처럼 위치하고 있어.
저기서 닭다리, 닭날개, 두부, 뗌뻬 등을 골라서 주문하면, 그때부터 바로 튀겨줘.. 아주 그냥 꿀맛이야..
그리고 저기 있는 다양한 반찬이랑 밥이랑 같이 고르면 나시짬뿌르가 되는거지.
이거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 여자분 두분이 주변을 기웃기웃 하시더라구.. 그래서 내가 '여기 맛있어요!' 라고 했더니.. '여기. 맛.있.어.요?' 라면서 외국인을 위해 쉽게 얘기하는 또박또박 말하는 한국어 말투로 내게 다시 물었어..
그래서 나도 '네! 마시써요!!'라고 외국인삘로 답해줬어.
내가 벌써 현지인삘이 벌써 충만해졌나...? 이젠 뭐 그려려니 한다.
그외에는 또 이곳에 면요리 박소 Bakso와 가두가두 Gado-Gado가 있지.
왼쪽이 박소, 오른쪽이 가두가두! 내가 밤에 밖에서 사묵어서 사진이 좀 어둡고 맛없게 나왔다만.. 이거 맛나..
박소는 소고기 완자를 넣은 국수요리인데, 얇은 중국식 당면과 에그누들을 같이 넣어서 주는게 보통이야. 면은 둘중에 하나만 고를 수도 있어.
가두가두는 일종의 현지식 샐러드인데, 숙주와 나물을 땅콩소스에 버무려서 만들어. 그리고 밥대신 떡 비스무리한 라이스케익을 곁들여 주지. 떡처럼 쫄깃하진 않아. 내 취향은 아님..
보통 이런 음식 파는데는 와룽 Warung이라고 불러. 현지음식 파는 식당. 현재 와룽에 직접 가서 먹기도 했지.
아잉~~ 박소 마시쩡~~
이런 메뉴들을 외국사람들이 사먹으면 조금씩 더 비싸게 받기도 해. 아무래도 인도네시아에는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런 문화가 좀 두루두루 있는거 같아.
그렇다고 이게 좀 화난다던가 짜증나지 않는데... 얘네도 웃긴게.... 예를 들면 나한테 15,000 루피아를 불렀어. 그래서 내가 10,000루피아로 깎으면 안된다고 막 그래. 근데 여기 애들이 유쾌해서 서로 웃으면서 안돼안돼~ 뭐 이런 분위기야.
그래서 '에이~ 너 로컬한테는 10,000루피아에 파는거 다 알아! 나도 10,000에 줘!! 너 띠닥 바구스 tidak bagus 야!!' 라고 하면... 걔도 '에이~ 너 로컬 아니잖아 ㅎㅎㅎ' 이런 식. ㅋ (Tidak = No , Bagus = Good)
그러다가 유러피언 애들 오면, 나한테 '자 봐라~ 쟤한텐 30,000루피아에 팔꺼다!' 이럼서 정말 유러피언한텐 30,000 불러. ㅎㅎㅎㅎㅎ
그래서 나도 그냥 웃으며 15,000에 사게 되는 그런 웃긴 매직같은 세일즈....
그래서 우린 사먹을 때, 우리 샵 스테프가 자전거 타고 가서 테이크아웃 해와서 샵에서 주로 사 먹어. 그럼 현지인 가격으로 아주 푸짐하게 사먹을 수 있지.
그때마다 난 빈땅을 사다가 반주로 곁들이고 말이지... ㅋ
이러니 내가 살이 쪄? 안쪄??
보통 저녁 과하게 먹으면 담날 아침엔 배가 잘 안 고파야 하잖아. 안그래?
근데 저렇게 랄라빤, 박소, 뗌뻬 쳐묵쳐묵하고 밤새 배불러 뒤척이며 잠들었다가도
담날 아침에 고랭안 아줌마 목소리에 돈챙겨들고 뛰어나가고 있다니깐.....
아 중요한 팁 하나... 불닭볶음면 지대루 먹고 담날 화장실에서 고생한다는 거 많이 들어봤지?
저 중독성 쩌는 삼발소스에 중독되면....
자칫 잘못하면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지옥을 볼 수 있다. 삼발 중독성 쩔어도.. 먹을 때 자제하면서 먹도록 해.. 아침마다 지옥을 볼 수 있어... 헐어버린 너의 괄약근은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아...
형 이러다 환갑오기도 전에 기저귀 찰까 겁나기도 하더라. 너님은 자제하는 미덕을 갖고 삼발을 대하도록 해.
쓸 내용이 많이 밀렸는데, 우선 오늘은 먹는거 얘기로 피니쉬, 시마이, 쫑 내기로 하고...
담엔 인도네시아 깡촌인 길리 트라왕안 생활에 대해 좀 더 적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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