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손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올리는 이야기.
길리 트라왕안에서의 생활이 빡씨게 바쁜 건 아닌데.. 물질하고 나면 몸이 피곤하잖아.
그러다보니 물질 끝나고 빈땅 맥주 한잔 하고 숙소에서 자는게 일상이 되어버리다 보니 블로그 쓸 마음의 여유가 안생기더라구.. (그냥 게으르단 뜻)
그간 많은 일이 있었어.
우선, 집안에 일이 있어서 급히 길리에서 한국에 들어갔어야 했어.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던 큰아버지가, 내가 길리에 있는 동안 급속도로 더 안좋아지셔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어.
표를 끊고 갔지만, 이미 그 때 돌아가신 이후여서, 내가 한국에 도착해서 울산으로 내려간 날 이미 발인이 끝난 후였어.
내가 장손이다보니, 이런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데, 객지에 있다보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네.
이렇게 한국 들어간 김에 사람들도 만나고,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211비자도 신청하고, 거의 4주 가까운 시간을 보냈어. 거의 4주간 알콜에 쩔어있었다고 보면 될꺼야.
간만에 들어갔으니 또 사람들 만나서 술 마셔야지.. 길리에서 만난 교육생 분들도 만나서 술도 한잔 하고, 예전 직장동료들과도 술 한잔하고, 다이빙 여행갔다가 만난 사람하고도 술 한잔 하고....
나중엔 술 안깬 내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더라고... 머리 속에 알콜솜만 가득찬 기분이야.
이번에 나온 김에, 생각해뒀던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도 준비를 좀 했어.
우선 헬리오스에 가서, 내가 쓰고 있는 백플레이트와 하네스를 바꾸기 위해, 헬리오스의 백플레이트와 하네스를 구입했고, (알루미늄 플레이트에서 스틸 플레이트로 교체하려고...)
그리고 그렇게 미루고 미뤘던 사이드마운트 BCD를 구입했어.
시흥에 있는 헬리오스에 찾아가서 직접 구입했어. 피팅도 받고 상담도 받고 하느라고.... BCD는 마음에 들었어.
사이드마운트를 해보진 않았지만, 장비병이 있는 내가 미리 안 알아봤을리가 없잖아? 요고조고 브랜드별 BCD들을 보고 사용자 평가들도 많이 찾아봤거든...
헬리오스가 후발주자답게, 이전 다른 브랜드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요모조모 신경써서 만들었더라구... 느낌은... 하네스는 엑스딥에서, 블레더는 아펙스에서 따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
내가 보기엔 헬리오스 제품이 가격 경쟁력도 있고, 퀄리티도 충분하기 때문에 헬리오스 BCD들을 인도네시아에 수입해다가 팔아볼까 생각중이어서, 상담도 좀 받아봤지.
사이드마운트 강사 코스는 어디에서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친구가 있는 세부로 겸사겸사 가기로 결정해서, 여기저기 코스디렉터가 계시는 샵들을 문의해봤어. 그래서 세부로 향하기로 한거지.
세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세부에 도착했지. 나 이제 아무래도 에어아시아 사랑하게 될 것 같아. 수하물을 따로 살 수 있는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아 물론, 편하게 온건 아니야. 나는 한국에서
백플레이트와 하네스 한세트와 사이드마운트 BCD 한세트를 샀고, (BCD 두개라고 보면 됨)
사이드마운트용 호흡기 세트를 하나 샀고, (탱크 두개를 동시에 쓰기 때문에 호흡기 두개를 산거야)
선샤인다이브에서 필요한 다이브마스터 크루팩 두개를 딜리버리 해야했고, (크루팩 하나당 3키로그램 조금 안됨.)
썬강사님이 구매한 걸 뮤 핀, 그 오리발도 딜리버리 하기로 했고,
그 외에 샵에서 구매한 잡다구리한 것들도 실어야 했고, (SMB 여러개랑 탐침봉여러개 뭐 이런 것들)
거기에 PADI 홍보물을 또 챙겨가야 했어.
이걸 담아가기 위해 백을 구매해야 했는데, (롤백을 샵에 두고 왔거든)
롤백을 또 살까 고민하다가, 무게 가벼운게 장땡이고 바퀴 네개 달린게 장땡이기 때문에 이번엔 샘소나이트 30인치짜리 캐리어를 구매해야 했어. 어마무시하게 비싸더만... ㅠ.ㅜ
그 30인치 캐리어에 담긴 것만 35킬로그램이 되었어. 에어아시아에서 40kg 수하물을 구입해야 했지.
내 다시는 호기롭게, 다 딜리버리해서 가져다 주겠단 소리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 특히 그 놈의 다이브마스터 크루팩은 내 캐리어의 1/4을 채워버렸다.
내 입이 방정이지,뭐...
내 옷가지 들이랑 물품들도 있어서, 이미 백팩은 12키로 그램인데다가 35kg 캐리어를 끌고 세부갔다가 발리로 넘어가야할 일정은 정말............. 만약 바퀴 두개 짜리 롤백을 샀었더라면 아마 세부 공항이나 마닐라 공항에서 다이브마스터 크루팩 버려버렸을지도 몰라. (내 bcd는 소중하니까 책을 버리자!)
정말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저놈의 마스터크루팩... (왼쪽 위에 서류가방 두개가 마스터 크루팩이다)
레알 35키로그램.. 샘소나이트 캐리어 잘 만드는구나. 이 가벼운 캐리어가 이 무게를 버티다니..
신이 사람 어깨도 잘 만드셨구나, 이 무거운 백팩을 메고도 탈골이 안된다니...
(물론 군대에선 더 무겁고 빡씬 군장을 멨다고 하지만.... 내가 군발이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공항에서 환장할 만한 일들이 좀 있었는데......
1. 모든 항공권을 모바일 항공권으로 가지고 있었음.
2. 공항에서 필리핀 유심을 수령하도록 미리 주문해 놓음.
3. 공항에서 필리핀 유심을 폰에 끼웠음. (내 폰은 듀얼심 폰이라 유심이 두개 꽂힌다.)
4. 폰 먹통.... 유심 인식 못함.... (찾아보니 LG G6의 유심 트레이 문제는 정말 고질병이라고... 몇번 뺐다 끼면 부러지고, 심카드 인식안되는 수순으로 문제가 발생.)
5. 체크인 하러 가니, 귀국 항공편 확인 안되면 못보내준다고 함. 서점가서 출력해오라고 함.
6. 짐 두고 갔다오겠다고 하니, 공항 규정상 안된다고 짐 가지고 갔다오라고 함.
7. 캐리어와 백팩 지고끌고 출력해 와서 겨우 체크인.
8. 40kg수하물을 샀어도, 수하물 하나당 무게는 32kg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함.
9.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캐리어 까고, 사이드마운트 BCD를 꺼내서 천가방에 따로 넣어서 정리
10. 이렇게 생쇼를 하고 겨우 체크인 하고, 카페에 가서 폰 복구를 시도
11. 껐다 켜도, 공장초기화를 해도... 안됨. 하드웨어 문제인거지...
12. 급히 노트북을 꺼내 인터넷 면세점 접속, 3시간전까지 구입가능한 품목중에 다행히 폰이 있음
13. 아이폰 XS Max 는 200만원대 (진심??), 샤오미 A2는 280불대 (같은 200인데 단위가 완전 다르구만...)
14. 샤오미 A2 듀얼심 구입. 7시 35분에 3시간샵 마감인데, 7시 34분에 결제 완료.
15. 출국수속하다가 다이빙용 정비공구 걸림. 매우 조그마한 렌치셋인데 이게 걸릴 줄이야. 백팩 한번 또 뒤집어 깠다가 확인받고 겨우 출국수속 마침
16. 면세점가니, 아직 제품이 안왔다고 함. 9시 55분에 와서 받아가라고 함.
17. "님, 나 비행기 탑승시간이 10시까지임. 근데 9시 55분까지 와야 함?"
- "그건 님 사정. 어쩔 수 없음. 물건 오면 전화줄까?"
- "님하... 나 폰이 망가져서 폰을 산거임. 폰 연락 ㄴㄴ해"
- "그럼 9시 55분에 오삼"
- "네..."
18. 9시 55분에 면세점가서 폰 수령하고, 게이트로 뛰어서 비행기 탑승
이미 내 몸은 육수로 뒤범벅... ㅠ.ㅜ
어찌되었건 난 세부에 여차저차 하여 도착했다.
세부에 있는 친구통해 알아봐서, 건너건너 소개받아 간 샵인데.... 리얼다이브 라는 샵이야.
김철현 코스디렉터님이 계신 샵이야. 근데 1인샵이다... 응??? 들어보니 필리핀에 들어오신지 얼마 되시진 않으셔서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계셨어.
난 좋지. 덕분에 1:1 교습을 받게 되었어.
근데, 김철현CD님이 한국인 1호 PADI CD 시더라구! @.@ 우와~~
본래 김철현 CD님보다 먼저 두 분의 한국인 CD가 있으셨다나봐, 그런데 한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은 더이상 PADI소속이 아니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현재 PADI의 한국인 코스디렉터 중에서 가장 오래되신 분이셔! 왕고참!!
한국에 처음으로 PADI TEC을 들여오셔서 텍다이빙 위주로 하셨다고.... 그래서 교육내용도 Tec과 관련된 내용도 양념처럼 들어가 있어서 많이 재미있었어.
요로코롬 장비를 양쪽 옆구리에 메고 들어가는게 사이드마운트지.
CD님이 나 기분좋으라고 하신 말씀이신 건 알지만, 나보고 완전 소질있다고... (아니야 진심이셨을꺼야.)
내자랑 같지만, 트림도 잘 잡고, 중성부력도 잘 잡고, 백워드/헬리콥터 킥도 잘 한다고 하셨어. (응 내 자랑이야.)
나 쫌 사이드마운트 잘 하는 듯~
CD님이랑 단 둘이서 방카타고 완전 황제 다이빙코스를 했지 뭐야~ 매일 3번씩 다이빙하고, 저녁마다 이론 수업 받으면서 하는데, 재미있더라구...
지인이 사이드마운트 했었는데, 나도 사이드마운트 하러 간다고 하니깐 그거 완전 힘들었다고, 정신없었다고, 싱글매면 더 힘들다고 막 겁을 줬었는데...
아닌데?? 쉽든데?????
(응 잘난척 하는거야.)
워낙 CD님이 잘 가르쳐주신 것도 있고 해서, 쉽게 배울 수 있었지.
사이드마운트 코스를 끝내고, 친구네 샵에서 수다떨면서 하루이틀 시간 보내다가, 이제 발리로 들어갈 시간이 다가왔어.
세부에선 직항이 없어서, 마닐라 경유해서 발리로 가야해. 역시 뭐 에어아시아지.
이번에도 역시 32kg 넘으면 안된다고 해서, 사이드마운트 BCD는 따로 위탁수하물로 부쳤어. 미리 준비해갔기 때문에 쿨하게 BCD 꺼내서 따로 짐 부쳤어.
쿨하게 했다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또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짐을 까야했던거다. 그런거다. 짐이 많으니 빡씬거다.
에어아샤답게 한시간 연착되어서, 마닐라 공항 라운지에서 죽치고 앉아서 쳐묵쳐묵 했어.
급할게 없으니 마음은 느긋...
마음이 느긋하니 식욕이 돋나?
세부에서 마닐라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쳐묵쳐묵,
마닐라 공항 라운지에서도 밥을 쳐묵쳐묵,
마닐라에서 발리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기내식 또 쳐묵쳐묵...
그렇게 발리 도착해서 발리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하고 침대에 딱 누우기 2시 30분. 아침 8시30분에 픽업차가 오기 때문에 빨리 자야했어. 꾸따 한복판 호텔을 잡은 바람에 클럽에서 울려퍼지는 요!디제이!두랍더뷧! 같은 음악이 쿵쿵따하고 울려댔지만, 피곤함에 바로 딥슬립에 빠져들었지.
좀만 더 늦잠 잤으면 못 탈뻔 했던 에카자야의 픽업밴을 타고 항구로 가서,
인도네시아에 온 기념으로, 에카자야 보트에서 빈땅을 마셔줬지.
길리 트라왕안에 도착했는데....
내 캐리어를 꺼내서 서로 전달하는 스텝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며 짐을 옮겼어.
눈감고 있어도 '우왓!! 왓!!!!' 이라고 외치는 스텝의 비명에 내 캐리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어.
35kg의 캐리어를 들고온 내가 잘못 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새 선샤인카페엔 간판도 생겼더라구.. 뭔가 운치있네...
바로 사이드마운트 세팅해서 다이빙을 나가봤어. 조금이라도 더 익숛해져서 사이드마운트 스페셜티를 교육하기 위해서...
자칫 지겨워질 수 있는 다이빙 라이프에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접하는 건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
뭐.. 오래간만에 쓴 글 치곤 별 얘기가 없네.. 암튼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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