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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E..LIVE..DIVE..LIVE../2023~ Ordinary Life

2024년 연말 두마게티 다이빙 투어 - 2부

by DOCKERNOIN 2025. 1. 14.

 

두마게티 공항은 정말 우리나라 지방의 시외버스 터미널마냥 작은 공항이었어.
국내선이니 수속도 필요없이 호로록 내려서, 짐 나오길 기다렸다가 찾아서 나오면 되는데,
짐이 아무래도 비행기에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꺼내서 컨베이어 벨트위에 올려 내주는 방식이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

좁은 공항의 도착 대합실(?)은 수하물 찾기 위한 사람들로 어느새 가득찼고,
에어컨은 없는지, 그냥 문도 오픈되어있고 사람 바글바글하고 덥고 그렇더라구.

수하물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두바하 리조트에서 보낸 기사님과 만날 수 있었어.
픽업은 나 혼자였더라구. 하긴 비행기에 한국사람은 나 혼자 뿐이긴 했어.

두마게티 시내를 지나, 길을 요래조래 달리면서 두바하로 가는데, 의외로 길이 너무 잘 닦여 있는거야.

두마게티는 제주도마냥, 섬 가운데 화산이 있는 그런 곳이었어.
그래서 저 산 쪽으로 가면 온천도 있고 볼거리가 꽤 있는거 같더라궁.

벤 기사님이 (이름 까먹었....) 저기가면 정말 전망좋은 카페도 있고,
온천도 있고 그래서 데이투어를 많이들 간대. 원하면 내가 데려다 줄 수 있다면서 얘기하더라구.
(벤 영업 하시는 거겠지? 아마도)

미안. 젊은 나였다면.. 열정 넘치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년 예전의 나였다면, 오마이갓! 리얼리? 오케 하우머치? 바로 갔을꺼야.
쏘리. 내게 이제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엄써. 엥꼬야. K직장인 + K독거노인 + 곧 반백의 나이로는 이제 그런거 다 귀찮아졌....

혈중질소농도 부족으로, 다이빙 금단증상에 폐인이 된 나는
그냥 일정 내내 다이빙만 주구장창 하다가 갈꺼야. 미안하네.

가는 동안 한국에 대해 이거 저거 많이 묻더라구. 휴가는 자주 다니냐, 일 많이 하냐 등등
그럼서 자기도 한국가서 일하고 싶다며 필리핀은 부자가 아니라고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 그거 아니? 몇십년 전에는 필리핀이 한국보다 훨씬 부자였어.
예전에 우리보다 잘 살았으니까, 곧 다시 잘 살게 될 포텐셜 충분하니까 너무 낙심말라고.

필리핀은 부정부패 때문에 그건 힘들대.

그래서, 그건 국민들이 하기에 달렸어. 한국은 국민들이 대통령도 짤라버리는 나라야.
국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바뀔꺼야. 희망을 잃지마. 라고 했는데.......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흑.... 이런 정치적인 얘기에는 또 나만의 아픈 슬픔이 있지.

투어 예약하고 트럼프 당선 소식이 들리면서, 달러가 급등을 하는거야.
앗! 지금이라도 환전해야 하나? 아냐 지금 잠깐 이슈로 인해 올라간거야.
다시 안정화될꺼야 하면서 대기타기로 했어. 존버다!!!

살짝살짝 내려가려는 낌새를 보이면서 환율이 살살 우하향으로 가려는 그때 즈음이었나!

필핀에 사는 내 친구랑 보이스톡으로 간만에 통화를 했는데,
'야! 니 괜찮나? 한국 계엄이라며!'
'잉? 뭔소리야? 무슨 계엄같은 소리야?'
'진짜다. 필리핀 교민 단톡방에 한국 계엄선포됐다고 난리 났다'

'푸흡! 야..! 뭔 개소리야. 단톡방 가짜뉴스에 뭔 호들갑이고?'
'진짜다! 네이버에도 막 떠있다'

"잉????" @.@

진짜 포털사이트들을 도배하고, 뉴스속보에 난리나 있는 비.상.계.엄

뭐?????????????????
내가 태어나서 말도 못하고 옹알대던 시절에 일어났었다는 그 비상계엄??
내가 태어나서 두번 겪을 줄 상상도 못했다는 그 비상계엄?? 

이게 뭐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뉴스들을 보면서 상황을 유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말야.
뉴스 한 꼭지에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고.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있다고. 앗!!! 맞다!!!

나 어쩜 좋아? 투어비는 다 달러로 내야 하는데?? 아직 환전 못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환햇지를 해보겠답시고, 바로 토스를 켰어.
예전에 토스 통장에 아무 생각없이 사놨던 50달러라도 원화로 바꾸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손해 보전되지 않을까?

뭐야. 장난해???

2,214원이라도 보전해보겠다는데, 이걸 막아?

하....... 이번 투어는 또 글로벌 호구의 투어가 되겠구나를 직감하는 순간이었지.
같은 여행을 가도 남들보다 돈 더 쓰는 글로벌 호구가 조금이라도 되지 않기 위해....

집안을 다 뒤져서 외화를 찾기 시작했어. 채굴하는 마음으로..

운좋게(?) 예전에 여행갈때 환전했다 남아서 짱박아둔 500달러 발견.
신한The More카드로 차곡차곡 모은 외환통장에서  300달러 발견.
(요건 내가 해외 투어갈때마다 요긴하게 꺼내쓰고 있음)

그나마 피해를 조금 줄여서, 출국하기 정말 마지막 날까지 버티고 버텨 나머지 금액 환전해서 출국했어.
지금도 생각하면 속쓰리네...

근데, 픽업 벤기사 얘기하다 계엄과 환율얘기까지 막 주제가 사방으로 튀지?
성인ADHD 환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하는 글이니, 너님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읽어주길 바래.

암튼!

의외로 포장잘 된 길에 놀라워하며 샵으로 이동하던 중에,
메인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입구엔 'DUBAHA'라고 작은 이정표도 붙어있는 어느 길에 들어서는데, 

건스앤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 노래가 생각나는 정글길이 갑자기 나오더라구.
미리 알아본 바로는, 리조트가 해변에 있어서 메인도로에서 해변까지 들어가는 길이 정글이라 들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정말 정글이긴 정글이더라?

도착하니, 새하얗고 예쁜 리조트가 나타났고,
사장님과 사모님이 환한 미소와 함께 반겨주셨어.

정글길을 가다가 갑자기 예쁜 리조트에 들어서니 인지부조화가 확 오더라.
약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인사 나누고 다이빙 짐 꺼내놓고 방에 체크인 했는데,
뭔가 나도 모르게 후루룩 지나가고 갑자기 떡하니 리조트 방안에 들어와서 멍때리며 서 있는 느낌?

그때서야, 아 내가 다이빙 투어를 오긴 왔구나. 하는 실감이 되더라.

두바하 홈페이지에서 따온 리조트 전경

리조트는 너무 고급스러웠어.

각 방들 외에, 1층엔 브리핑룸과 사무실이 있고, 2층에는 식당이 있어.
그외에는 부대시설로 블루테라스, 민트테라스가 있는데 너무 좋더라구.
특히 민트테라스는 에어컨 빵빵하고 쾌적한 곳이라서 이론 교육하거나 회의나 모임하기도 좋겠더라구.
내가 체크아웃하는 날, 11시에 방 빼고 5시 비행기 탈때까지 붕 뜬 시간동안 동영상 편집하면서 쏠쏠하게 사용했어. 쵝오!

밤엔 또 그 정취가 아주 끝장나더라구!

그냥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여기 사장님 부부께서 얼마나 고생하며 여길 만들고 관리하시는지가 확 느껴져.
어디 하나 신경쓰지 않으신 부분이 없었어.

여기가 시내랑 거리가 있어서, 리조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난 전혀 부족함이 없었어.

넓직하게 테이블이 배치된 식당인데, 여기가 두바하의 하이라이트(?)인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식사가 어마무시해. 특히 저녁식사.

테이블은 일행끼리 묶어서 배치해주시는데, 난 혼자 왔으니 다른 혼자온 분과 함께 식사를 쭉 했었어.

첫날 체크인하고 먹는 첫 저녁. 다른 혼자오신 분이랑 둘이 자리를 안내 받아 앉았는데,

이렇게 차려져 있었어. 음~ 맛있겠다! 배고팠는데 잘 됐다.
메인메뉴는 돼지고기 튀김, 볶음면, 만두, 샐러드, 김치... 이 정도면 훌륭하네~ 이제 밥만 나오면 먹음 되겠다. 하고
'여기 저녁 식사 메뉴 괜찮네요.' 라고 자리에 앉아서 밥을 기다렸어.

근데, 나오라는 밥은 안 나오고..

자꾸 메인메뉴가 또 나옴.

돼지 튀김과 볶음면 두개가 메인디쉬이군! 하고 있었는데,

아닌데??? 내가 메인인데???

하면서 오징어 요리가 메인에 뙇 놓이더라? 그래서... 우와~~~ 하고 있는데,

아니아니, 아닌데??? 내가 진짜 메인인데???

하더니 제육볶음이 어느새 등장해서 뙇!!

아니, 여기 쉐프님 K할머니 빙의하심?

 

이게 2인분임. 둘이 먹으라고 차려준게 이거임. 메뉴는 한식 같은 느낌인데, 잘 보면 매일 아시아의 다양한 메뉴들이 올라와.
어느 날은 필리핀의 Sisig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일본식 새우튀김과 회 등등이 늘 다채롭게 섞여있어.

메뉴도 끝판왕, 양도 끝판왕. 상위에 깔린 걸 다 비워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듣기론 호텔 쉐프를 데려오셨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정말 식사는 끝판왕이었어.

살을 빼려고 늘 노력은 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앞에 한상 차려져 있으면....

다이어트는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아무리 굳은 의지가 있다하더라도,

나의 돼지 잠재의식이 고개를 쳐들고 꾸에엑 꿰엑 거리더라.
다이어트 따윈... 아무렴 어때. 먹자!

게다가 주류도 빠방하게 구비되어 있다. 물론 주료/음료는 유료.
사육당하지 아니하며 아니하고 아니한다고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각 자기 방 호수와 이름을 적고, 먹을때마다 표기해두고 나중에 한번에 정산하는 방식이야.

돈을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아주 그냥 현실감 없이 막 꺼내먹고 막 적어두는거야.응?
그냥 막, 질러. 마셔. 달려! 응?

산미구엘 : 正 正 正 正  ..... 

산미구엘만 하루에 4병이상씩 마셔대서 막 쌓여가고 있었지.

근데 장부에 산미구엘로 바를정 쌓기를 하고 있던 나를 보고 쉐프가 오더니,
'너 탄두아이도 함 마셔봐. 이거 맛있어! 300페소밖에 안 해~ 짱맛! 존맛탱!' 이러시는 거임. (정말 이런 느낌으로 말함)

알콜중독 나란 놈 : '호옹?? 탄두아이가 있어? 그럼 엠페라도도 있어?'
K할머니빙의 쉐프 : '아니 그건 엄써. 근데 탄두아이가 더 짱임!'
독거폐인 나란 놈 :'오케오케! 담에 탄두아이 마셔볼께!'

라고 했다가... 정말로 다다음날 탄두아이 럼도 한병 까서, 거기서 만난 분들이랑 달린 건 안 비밀.
1L짜리라서 아주 기냥 가성비 쩔더만!
소주 한병이 300페소인데, 탄두아이 1L 한병도 300페소야.
혹시 너님도 가서 가성비 주당생활할라면 소주 말고 탄두아이 마셔라. 담날 숙취도 없더라. 크~

가격도 탄두아이가 현지 마트에서 260페소 정도 하는 걸 보면, 아주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됨.
스텝들이 술잔도 다 챙겨다줌~

이렇게 회도 나오고, 막 게도 나오고, 막 새우도 나오고, 막 그라문, 어떻게 안 먹어?

물론 한국 돌아가서는...

후회와 고난의 시간이 다시 펼쳐지겠지만....

다이어트? 과체중? 고콜레스테롤? 그건 몇일 후의 나에게 맡긴다.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

 

근데? 다이빙 얘긴 언제 하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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