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다이빙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물뽕'을 맞았다고 얘기해. 그런데 그 물뽕도 종류가 다양해.
누군가는 해양생물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바다속 독특한 지형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구석구석 유영하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난파선이나 동굴 같은 곳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
근데 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는 좀 심플하달까 독특하달까... 그냥 물 속에 동동 떠서 내 호흡소리 듣는게 좋아서야.
스트레스 많이 받던 회사 생활에서 어느 날 휴가 겸 오픈워터를 따러 여행을 갔었는데, OW를 취득하고 나서 난 물뽕에 빠졌어. 그 여행을 다녀온 이후, 스트레스가 정말 말끔하게 풀린 기분이었거든.. 정말 뽕 맞은 듯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명상을 할 때는 보통 자신의 호흡소리에만 집중하면서 아무 생각 하지 않는 그 상태로 명상을 하게 되는데, 스쿠버 다이빙이 딱 그런 효과가 있었던 거지. 몸이 무중력 상태처럼 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호흡소리만 들리는 그 상황이 어찌나 평화롭고 기분이 좋던지...
거기다가 내가 살짝 살짝 킥을 하면, 우주 정거장에 있는 우주비행사가 돌아다닐 때 처럼, 쑤욱~ 하고 무중력 상태처럼 몸이 밀려나가는 그 느낌도 좋았었어. 살을 빼지 않았음에도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느낄 수 있으니 날씬한 사람 간접체험을 하는 거와 같을 수도..?
물론 단점이 있어. 난 그냥 떠있고 살짝살짝 유영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주변 해양생물, 주변 경관 들에 큰 감흥을 느끼지 않아. 아~ 그런가보다.. 하거든..
고래상어 보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막 흥분하는 거 보고 나도 덩달아 흥분하긴 했지만, 분명 그들만큼은 아니었어. 난 그냥 아.. 고래상어다.. 하고 쵸큼 신난 기분 정도였거든..
차라리 나랑 같이 다이빙한 사람한테 그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커서, 고래상어가 안나오면 그 사람에게 못 보여줘서 아쉬운 마음은 크긴 해. 나처럼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받는 거 보다 주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자꾸 얘기가 샌다. (나 원래 그래. 쏴리) 암튼, 내가 이렇게 다이빙하면서 주변 상황보다는, 내 몸뚱아리 둥둥~ 다스베이더 호흡소리 쉬쉭~ 을 사랑하다보니, 내가 주변 지형지물을 제대로 봤을리가 있나... 그냥 앞사람 가는 대로 따라 가면서 나홀로 다이빙을 즐기고 있는데 말이지.. 그러다 보니 다이브마스터 과정에서, 맵핑은 내게 최대 난관이었어..
우선, 훈강사님이 모든 과정을 FM으로 진행하기도 하시거니와, 맵핑했을 때 각 지점의 고저, 수심, 그리고 부이 위치와 부이의 갯수까지도 꼼꼼히 보시거든... (예를 들자면, 입영테스트도 누워서 떠 있으면 안돼. 서 있는 자세로 떠 있어야 해.)
게다가 DMC 들 중에서 서로 같은 곳을 맵핑하지 말라던 강사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각자 사이트를 정해 따로 맵핑을 해야 했지. 내가 꼬따오 왔을 초기에는 보트가 1트립을 나가면 보통 춤폰 피나클이나 사우스웨스트 피나클 간 다음에 트윈스나 힌피위, 화이트락 아니면 재패니스 가든을 자주 갔었어.
자주 가던 트윈스 사이트는 쩡마스터님이 선점하셨고, 그 다음 자주 가던 힌피위를 할까 했는데 탁마스터님이 하시겠다 해서 양보했어.
그래서 난 어디할 까 하다가.... 어느날 한번 타놋베이를 갔는데, 바위가 솟아있는 포인트였어. 솟아있는 부분은 안그려도 되겠다 싶어서 난 그냥 타놋베이를 하기로 했지.
TANOTE BAY는 초반엔 거의 안 갔어. 나도 뭐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맵핑은 나도 잘 모르겠고~ 딴거 하기도 벅차다~ 하면서 제쳐두고 있었어.
그동안 쩡마스터님은 트윈스 맵핑을 끝냈고....
근데, 꼬따오에 근래에 비바람이 자주 불고, 파도가 높다 보니까, 갑자기 코랄그랜드 배가 계속 타놋베이를 뻔질나게 드나들게 된거야. 보통 서쪽에 있는 싸이리 비치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는데, 비바람 심하니까 섬 반대편 동쪽 타놋베이에서 다이빙 보트를 타고 떠나게 되었어.
그러니, 자연히 첫번째 사이트는 다른 곳을 가더라도, 두번째 다이빙은 대부분 타놋베이에서 다이빙을 하고선 마치게 되는 코스가 된거지. 아주 럭키야!
그러나 난... 이 몸이 연로하여, 잦은 다이빙에 견디지 못하고 드라이데이를 뻔질나게 한 탓에, 정작 허구헌날 배는 타놋베이로 나갔음에도 타놋베이에 많이 들어가진 못했어.
허나, 지금은 투웨니뻘슷흐 센츄리. 유노?
구글맵을 열어.. BAAM! 오케이? (원래 이럼 안돼~ 다이빙 하면서 나침반 보면서 해야 해. 알았지? 이건 야매야.. 어이어이! 야메룬다!!)
엄훠 이렇게 생겼고나... 왜 내가 배에서 봤을 때랑 북쪽 방향도, 바위 모양도 다 느낌이 틀리지?....
그냥 느낌이 그런거 뿐일 꺼야. 응 느낌만 그런거야..
다이빙 나갔을 때, 배에서 열심히 바위 모양도 찍어줬어. 여긴 서쪽 큰 바위...
여긴 동쪽 작은 바위 군...
얘기 했었지? 강사님이 부이 갯수랑 위치까지 다 보신다고....
그래서 배 위에서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뒀어. 사진 상으론 잘 안보일꺼 같아서 손꾸락으로 표시해가면서 사진으로 남겨뒀지..
스마트폰을 쓰는 투웨니뻘슷흐 센츄리 닝겐으로써 이 정돈 센스라구! (와.. 쩔어.. 나 3개국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거 봐. 비슷한 예문으로는 '핸들 이빠이 꺾어'가 있어.)
저어기엔 무슨 다이빙 샵에서 쓰던 작은 부이가.....
여긴 부이가 두개나 있다규...
죠오기 파란 부이가 요잉네~
이정도 만으론 이십세기 정도의 기술 동원이라, 이십세기 소년에게 절교당할 정도 수준이지. (이십세기 소년이란 만화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꾸 오타쿠도 아닌데 오타쿠인 척 해서..)
맵핑은 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법.... 나루호도~!
카메라는 두었다 무엇하나!! 맵핑을 위해 들고 들어가자!!
이것은 타놋베이 큰 바위 남서쪽에 있는 인공어초 부분. 은근 넓어서 거리 잴라면 빡씨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넓게 찍어주고...
여기가 큰 바위 남서쪽 끝자락이야. 여기서부터 사부작 사부작 시작~
이런 지형도 있고,
저런 지형도 있고,
여기가 큰 바위 북동쪽 끝정도 될꺼야. 아마...도?
막 이케이케 나침반과 함께 물속 지형을 찍어두고선 참고하는 것이지. 암.. 얼마나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맵핑인가!
배신의 아이콘 쩡마스터님은 내 버디로 함께 들어갔음에도 맵핑하는 내가 지겹다며 혼자 저멀리 도망 가버리고 있다.
치명적인 나쁜여자 컨셉은, 컨셉이 아니라 실제였다. 나쁜 사람...
뭐 이런 바위도 있고,
이런 바위와 산호도 있고 해서......
이런 사진을 블록 연결하듯이 하나하나 모아서 블록체인 기술로 연결하고,
커다란 주요 지형지물을 데이터 삼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웹3.0시대에 발맞추어 인터렉티브하고 유저프랜들리한 UX를 적용하여!!
최첨단...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수정한 다음, 볼펜으로 최종 라인을 그려주면...
이거야.. 내 맵이...... 어마무시 하지?
최첨단이야.... 이미 유행지난 증강현실 따윈 쿨하게 지원하지 않아.
너무나 정확해서 나도 볼 때마다 놀라. 와우~ 어메이징!
이거 방수코팅해서, 타놋베이에 있는 5개의 부이마다 걸어두고 싶다니깐... 바다속 이정표 마냥...널리 다이버를 이롭게 하라...
잘 안보이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올렸지만..) 저기에 거북이 나오는 지점과 옐로우 박스피쉬 나오는 지점도 표시되어 있다규!~
이번에 펀다이빙 리딩하는 실습? 테스트?가 있었는데.... '거북이가 보고 싶어요!' 라고 하신 고갱님들의 성원에 맞추어 저 거북이 사이트로 인도해 드렸쥐. ( 사실 나도 거북이 찾아낼 줄 몰랐는데, 찾아내고선 내가 놀라서 내가 제일 신나했다는... 역시 내 맵 쩔어...! )
꼬따오에서 '꼬 koh'가 섬이란 뜻, '따오 tao'가 거북이란 뜻인 건 다 알지? 근데 은근 여기 거북이 보기 힘든 곳이야.
꼬따오 섬에서 따오가 보고 싶나? 코랄그랜드로 찾아와~ 거북이 정돈 내가 찾아는 드릴께~ 패닉와도 내가 살려는 드릴께~ 거참 다이빙하기 딱 좋은 날이네....
(거북이만 보고 가~ 그리고 코스 등록은 딴데서 하는 걸로.. 응?? 형 힘들다. 알지? 그리고 혹 코랄그랜드 오더라도, 내 블로그 봤단 얘기 하지 마라. 부들부들 금발 3인방이 왔다간 이후, 요즘 자꾸 코랄그랜드 한국팀 사람들도 내 블로그 가끔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아마도.....
아마... 어쩌면.... 메이비.... 8월 초에 강사코스에 들어갈 듯 해. 그럴라면 포켓마스크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오늘 또 장비샵에 가서 포켓마스크를 질렀어.
545바트라니!!!! 이게 545 바트라니!!!
이거면 Yang타이에서 치킨슈니첼+매쉬포테이토 세트를 4개 사먹고도 돈이 남는단 말이다!!! 라고 남들은 생각하겠지만, 난 아냐.. 내 취미는 스쿠버 다이빙이 아니라 장비질이거든. 간만에 쓸지 안쓸지 모를, 언제 쓸지도 모를 그런 장비지만 어찌되었건 장비를 사서 행복했어. 근데 치킨 슈니첼은 갑자기 먹고 싶네...
그리고 페이스북 Koh tao for sale에 스틸백플레이트가 3000바트에 올라와있길래 냉큼 달려갔어. 내가 지금 쓰는 스틸백플레이트는 탱크벨트 끼우는 구녕이 없어서 바꾸려 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메핫까지 스쿠터를 달려서, 그 물건을 판다는 라봄바인지 라봉가인가 봉가 인지 뭔지 하는 다이빙 샵에서 일하는 애를 보러 갔어. (아.. 지금보니 La Bombona - 라 봄보나 다이빙샵이네..)
이 색히!!! 스틸 플레이트라며!!! 아무리 봐도 알미늄인데!!!! 스댕이라며!!!!!
보통 스틸 백플레이트는 2.3kg정도 나가고, 알미늄 백플레이트는 0.9kg 정도 나가.. 하긴 빨간 색일 때부터 스댕이 아닌 걸 알았어야 했는데... 근데 거래 현장에서 급 빨강에 꽂혀버리는 바람에.. 그냥 사버렸어. 옛날에 무슨 광고에서 최불암아저씨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빨간 게 좋아진다'고 했을 때 비웃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샤크스킨 슈트도 빨간 라인 있는 것을 샀나봐. 제길.. 나이를 거스를 수 없어.)
역시나 중고여도, 장비질이여서 잠시 행복했어. 한 2시간 정도 하네스 재조립을 낑낑거리며 한 끝에....
검빨 백플레이트 완성..! 두둥~!
저기 모자이크된 건 친구와의 사진이야. 나 한국 떠나기 직전 송별회 하다가, 저 사진을 내가 장비에 늘 붙여놓고 바다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었거든. 술김에 한 그 약속 지키겠다고 붙여놓았어. 그들이 그리워.. 매일 밤 술로 달리면서 울고 웃고 많은 얘기 나눴는데.... 내가 태국으로 떠난다 했을 때도, 울어준 사람들은 그들 뿐이었거든....
앞으로 또다른 소중한 사람들 사진 계속 하나씩 붙여놓아야겠어.
안보이지만, 뒤에 탱크 아답터는 스댕 탱크 아답터야. 아마 1kg정도 나갈 듯? 그래서 스틸플레이트가 아니어도 대략 입수는 될 무게가 나올 듯 해서, 이렇게 선택을 했어.
본래 7월 다이빙은 여기까지 할라고 했는데, 춤폰 피나클에 큰 가오리가 떴다는 속보가 들어와서, 내일 춤폰 피나클로 다이빙 가기로 했어. 가벼워진 장비에 친구를 든든히 등에 지고 다이빙 들어가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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